
직급이 높아지고 업무상 권한이 커진다면 인권에 대한 책임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발주기관과 협력사처럼 계약상 지위가 다른 관계에서는 어디까지가 정당한 업무 요구이고, 어디서부터 상대방의 존엄을 해치는 행위가 될까.
대전관광공사는 15일 대전컨벤션센터(DCC) 제1전시장 106호에서 신규자와 승진자 등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했다. 협력사 대표 등 외부 이해관계자도 함께 참여해 조직 내부뿐 아니라 계약과 협력관계에서 지켜야 할 인권까지 교육 범위를 넓혔다.
강의는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강사를 역임하고 경기도 비상임 인권보호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범일 법정교육연구소 대표가 맡았다.
“계약에는 역할이 있지만, 존엄에는 위아래가 없다”
교육에서는 계약범위를 벗어난 반복적인 추가 요구, 일방적인 일정 변경과 무리한 기한 요구, 공개적인 질책 등 업무 현장에서 마주할 수 있는 사례를 인권의 관점에서 살폈다.
김 대표는 “계약에는 역할이 있지만, 사람의 존엄에는 위아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발주기관에 계약을 관리하고 정당한 업무수행을 요구할 권한이 있더라도 상대방을 모욕하거나 부당하게 압박하는 것까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취지다.
관광·MICE 산업은 공공기관과 협력기업, 행사·시설 관계자 등 다양한 주체의 협업으로 운영된다. 대전관광공사 역시 대전·충청 MICE 얼라이언스 등을 통해 여러 기업·단체와 협력하고 있어 인권경영의 범위를 내부 직원뿐 아니라 외부 이해관계자와의 관계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승진은 권한 확대이자 ‘인권책임의 확대’
조직 내 역할에 따른 인권책임도 다뤘다. 신규자에게는 관행을 무조건 따르기보다 기준을 확인하고 동료를 존중하는 태도를, 승진자와 관리자에게는 업무지시·평가·업무배분 과정에서 자신의 말과 결정이 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피는 책임을 강조했다.
반말과 말 끊기, 비웃음, 여러 사람 앞에서의 면박처럼 가볍게 넘기기 쉬운 행동도 반복되면 조직문화와 구성원의 존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인권은 거창한 선언보다 일상에서 사람을 어떤 태도로 대하는가에서 시작된다는 설명이다.
생성형 AI 시대, 개인정보와 최종 책임은 사람이 살펴야
AI 활용이 확대되는 환경에서 필요한 윤리 기준도 교육에 포함됐다. 공정성·투명성·책임성·인간 중심을 중심으로 AI가 제시한 결과라도 최종 판단과 책임은 사람에게 있다는 점을 짚었다.
특히 민원인 명단과 연락처, 상담내용, 내부 보고서 등을 생성형 AI에 입력하는 사례를 통해 업무자료를 활용하기 전 개인정보나 내부정보가 포함돼 있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권감수성은 ‘알아차리고 행동하는 능력’
교육 후반에는 차별과 괴롭힘, 모욕, 성희롱·성폭력, 개인정보 침해, 권한남용 등 업무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 유형과 신고·구제 절차를 살폈다.
김 대표는 인권감수성을 단순히 불편함을 느끼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 신호를 알아차리고 상황을 판단해 필요한 행동으로 연결하는 능력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했다.
관광과 MICE 현장에서는 직원과 관리자, 공공기관과 협력사, 관광객과 시민 등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 사람들이 끊임없이 만난다. 직급과 계약은 역할과 책임을 나누지만 사람의 존엄까지 나누지는 않는다. 권한이 커질수록 상대방의 권리를 살피는 책임 역시 커져야 한다는 점이 이번 인권교육의 핵심 메시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