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심 부족
오랜만에 자연친화적 구장에서 공을 찼다. 소위 맨땅 운동장이다. 인조잔디 구장에 비해 바닥도 딱딱하고 표면도 울퉁불퉁해서, 웬만한 감각이 아니고서는 공을 다루기가 쉽지 않다.
감독이 나더러 라이트윙 포지션에 서라고 했다. 나이가 들면서 주로 풀백 자리에서 뛰었는데, 이날은 나보다 연배가 높은 형님 두 분이 양쪽 풀백을 맡다 보니 내 자리가 없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뛴다고 뛰었지만 몸이 제대로 받쳐주지 못했다. 게다가 미들에서 젊은 회원이 넣어주는 볼의 강약 조절과 높낮이가 나와 맞지 않아, 괜히 힘만 쓰고 정작 결정적인 장면은 만들지 못했다.
게임이 끝나고 운동장을 나서는데 우리 팀 회장이 한마디를 던졌다.“형님은 처음 스피드에

가속이 붙지 않고 계속 떨어져요. 왜 그래요?”속으로 이렇게 대꾸했다. ‘내가 10대나 20대인 줄 아나? 내일모레면 일흔이다, 이 녀석아.’ 그러면서도 한 끗 모자라는 뒷심 부족을 여실히 느꼈다. 마음은 여전히 초반의 스피드를 기억하는데, 몸이 그 기억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처음 몇 걸음은 그럭저럭 흉내를 내지만, 그다음이 이어지지 않는다. 결국 승부는 처음이 아니라 끝에서 갈리는 법인데, 나는 그 끝을 채우지 못하고 있었다.
축구장에서 느낀 이 뒷심 부족은 비단 운동장 안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요즘 정국을 보고 있으면 같은 생각이 자꾸 겹쳐진다.
지금 정국이 많이 시끄럽다. 민주 시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그것도 힘들게 힘들게 만들어 놓은 정부다. 그런데 정작 하라는 개혁은 하지 않고, ‘구조적 다수’인지 ‘다수적 구조’인지 듣도 보도 못한 말을 앞세워 코어 지지층을 반명 세력으로 몰아 모욕을 주고, 이상한 인물들에게 선심성 자리를 나눠주었다. 당과 정부가 희희낙락하는 사이 이쪽저쪽에서 불신을 사더니, 결국 지지율 하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처음부터 딴짓하지 않고 자신을 선택해 준 민주 시민의 여망에 부응했더라면, 이런 일은 애초에 없었을 것이다.
본인도 그간 무수한 어려움을 뚫고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그 과정만 보면 초반 스피드는 누구보다 빨랐던 셈이다. 그런데 정작 국정의 후반부로 갈수록 그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으니, 이 또한 뒷심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다.
공자는 무언가 할 일을 미적거리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
譬如爲山, 未成一簣, 止, 吾止也. 譬如平地, 雖覆一簣, 進, 吾往也.
(비여위산, 미성일궤, 지, 오지야. 비여평지, 수복일궤, 진, 오왕야.)
비유하자면 흙을 쌓아 산을 만드는 일과 같다. 겨우 한 삼태기의 흙을 채우지 못한 채 그만둔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내가 그만둔 것이다. 또 비유하자면 땅을 평평하게 고르는 일과 같다. 비록 겨우 한 삼태기의 흙을 갖다 부었을 뿐이라도, 그것으로 일을 진척시켰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내가 앞으로 나아간 것이다. 산을 쌓는 일도, 땅을 고르는 일도 결국 마지막 한 삽에서 갈린다는 뜻이다. 시작의 기세보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밀고 나가는 뒷심이라는 것을, 공자는 이미 오래전에 짚어주었다.
우리 모두는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다. 하루빨리 지금과는 다른, 이재명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 주기를 바란다. 초반의 스피드는 이미 충분히 보여주었다. 이제는 그 스피드에 가속을 붙여, 마지막 한 삼태기의 흙마저 채워 넣는 뒷심을 보여줄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