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9월 14일, 웨일스의 수도 카디프에 세 개의 깃발이 모였다. 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의 자치정부 수반이 잉글랜드를 제외한 연합 왕국 세 구성국을 동시에 대표해 한 탁자에 앉은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이들은 런던을 향해 독립 주민투표 실시 권한을 요구하는 공동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영국은 정말 갈라지는가, 아니면 이것은 더 많은 권한과 예산을 얻어내기 위한 정치적 청구서인가. 연합 왕국 분열, 스코틀랜드 독립, 아일랜드 통일이라는 세 개의 오래된 질문이 같은 날 같은 도시에서 만났다.
300년의 실밥이 풀린 자리
이 나라의 공식 명칭은 '그레이트브리튼 및 북아일랜드 연합 왕국'이다. 네 조각으로 이루어진 국가라는 뜻이다. 그 네 조각 가운데 잉글랜드를 뺀 세 곳이 동시에 분리 지향 정당의 손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지막 퍼즐은 2026년 5월 웨일스 선거에서 맞춰졌다. 27년간 웨일스를 지켜온 노동당이 무너지고 플라이드 컴리가 제1당에 올랐다. 브렉시트도 실밥을 잡아당겼다. 세 지역은 유럽연합 잔류를 원했으나 잉글랜드의 표에 밀렸다.
탁자에 앉은 세 사람
카디프에 모인 이는 스코틀랜드 존 스위니, 웨일스 룬 아프 요르워스, 북아일랜드 미셸 오닐이다. 아일랜드 신페인 대표 메리 루 맥도널드도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정부 수반이 아니라 정당 대표 자격으로 만났다. 서명문서는 경제·에너지·유럽 관계·자결권을 아우른다.
법의 문턱, 여론의 벽
선언 한 장으로 투표함이 열리지는 않는다. 북아일랜드는 1998년 성금요일 협정에 따라 다수 의사가 확인되면 영국이 임명한 장관에게 국경 투표 실시 의무가 발생한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스에는 그런 장치가 없다. 2014년 스코틀랜드 주민투표는 웨스트민스터의 한시적 승인으로 가능했고 55%가 잔류를 택했다. 2022년의 단독 실시 시도는 대법원이 막았다. 여론도 아직 멀다. 독립 지지는 웨일스 32%, 스코틀랜드 46~47%, 북아일랜드 35~36% 선이다. 앤디 버넘 총리는 스위니에게 보낸 서한에서 주민투표는 허용 범위 밖이라고 못 박았다.
이별 통지서인가, 청구서인가
전문가들은 이번 회동의 실제 목표가 즉각적 분리보다 권한과 재정의 확대에 있다고 본다. 국제법도 같은 말을 한다. 자결권은 원칙이지 자동으로 독립을 낳는 권리가 아니며, 유엔 체제는 식민 지배의 유산, 당사자 간 합의, 대규모 인권 유린이라는 좁은 문만 인정해 왔다. 1992년 체코슬로바키아의 합의 분리가 두 번째 문의 사례다. 그러나 정치는 법보다 반걸음 먼저 걷는다. 스코틀랜드의 핵잠수함 기지와 웨일스의 에너지 시설을 어떻게 나눌 것이냐는 물음이 이미 탁자 위에 올랐다. 카디프의 서명은 이별 통지서라기보다 청구서에 가깝다. 다만 청구서를 오래 미루면, 채권자는 언제나 다른 방법을 찾아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