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과 16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농구 국가대표 한일전이 한국의 2연패로 끝났다. 한국은 1차전에서 68-88로 패한 데 이어 2차전에서도 66-95로 패했다. 특히 2차전의 29점 차 패배는 한일 남자농구 국가대표 맞대결 역사상 가장 큰 점수 차 패배였다. 경기가 끝난 뒤 많은 농구팬들이 실망과 분노를 나타냈다. 필자에게도 SNS DM과 메시지를 통해 “한국 농구가 왜 이렇게 됐느냐”, “일본과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이냐”는 질문이 적지 않게 들어왔다. 농구를 지도하고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나 역시 이번 경기를 무겁게 바라봤다. 그러나 나는 이번 패배의 원인을 특정 선수 한 명이나 감독 한 사람에게서 찾고 싶지는 않다. 지금 우리가 봐야 할 것은 20점과 29점이라는 점수 차가 아니라, 그 점수 차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첫째, 개인기량보다 ‘판단의 속도’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현대 농구에서 중요한 속도는 단순히 얼마나 빨리 달리느냐가 아니다. 공을 잡고 난 뒤 패스할 것인지, 돌파할 것인지, 슛을 던질 것인지를 얼마나 빠르게 판단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공을 갖고 있지 않은 선수들이 동시에 어떻게 움직이는가도 중요하다. 일본 농구를 보면 패스 이후 선수가 멈춰 있는 시간이 짧다. 패스하고 움직이고, 공간을 만들고, 다시 다음 공격으로 연결한다. 결국 현대 농구의 속도는 발의 속도가 아니라 판단과 연결의 속도다. 한국 선수들의 개인기량이 부족하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문제는 그 능력이 5명이 함께 움직이는 과정에서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연결되는가에 있다.
둘째, 일본은 ‘역할 농구’를 하고 있다
나는 최근 연구를 통해 현대 농구에서 포지션보다 역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과거에는 가드, 포워드, 센터의 역할이 비교적 명확했다. 그러나 현대 농구에서는 센터도 패스하고, 포워드도 볼을 운반하며, 가드도 스크린을 활용하고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 농구는 이러한 역할의 경계가 상당히 유연하다. 반면 한국 농구는 성장기부터 포지션을 일찍 정하고 그 포지션에 필요한 기술을 반복적으로 교육하는 문화가 여전히 강하다. 국제경기에서는 결국 이 차이가 나타난다. 누가 가드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순간 누가 가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셋째, 3점슛의 차이는 단순한 슛 성공률의 문제가 아니다
2차전에서 일본은 3점슛 17개를 성공시켰다. 그러나 이것을 단순히 “일본 선수들이 슛을 잘 넣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좋은 3점슛은 그 이전의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볼의 이동, 스크린, 컷인, 킥아웃 패스, 엑스트라 패스가 반복되면서 수비가 움직이고 결국 좋은 슈팅 공간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우리가 살펴봐야 할 것은 3점슛 성공 개수뿐만 아니라 어떤 과정을 통해 오픈 슛을 만들어냈는가이다. 슈팅 능력의 차이 이전에 슈팅을 만들어내는 구조의 차이를 살펴봐야 한다.
넷째, 성장기 농구교육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나는 이번 한일전을 보면서 국가대표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국가대표의 경기력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초등학교에서 어떤 농구를 배우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무엇을 훈련했으며, 대학과 프로에서 어떤 선수로 성장했는지가 결국 국가대표 경기에서 나타난다. 성장기부터 승리를 위해 신체조건이 좋은 선수에게 특정 역할만 부여하고, 실수를 줄이기 위해 정해진 플레이를 반복한다면 당장의 경기에서는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선수 스스로 보고 판단하고 해결해야 하는 국제무대에서는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그래서 성장기 농구에서는 ‘정답을 알려주는 농구’보다 ‘스스로 답을 찾는 농구’가 필요하다.
다섯째, 지도자의 문제가 아니라 ‘지도자 시스템’도 봐야 한다
경기에서 크게 패하면 가장 먼저 감독의 전술과 선수 선발을 이야기한다. 당연히 국가대표 감독은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하지만 감독 한 명을 교체한다고 한국 농구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위험하다. 일본 농구와의 차이를 이야기하려면 유소년 육성, 학교 운동부, 대학농구, 프로리그, 지도자 교육, 국가대표 시스템까지 연결해서 바라봐야 한다. 좋은 국가대표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국가대표 감독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좋은 선수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도 이번 패배가 한국 농구의 전부는 아니다
한 가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도 있다. 한국은 불과 지난달 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 일본을 81-79로 꺾었다. 한 달 만에 한국 농구의 실력이 갑자기 20~30점 떨어진 것도 아니고, 일본 농구가 갑자기 그만큼 성장한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두 경기만으로 한국 농구 전체를 부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왜 우리는 국제경기에서 경기력의 편차가 이렇게 크게 나타나는가?”
잘할 때는 일본을 이길 수 있지만,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20점, 30점 가까이 무너지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나는 이것이 지금 한국 농구가 풀어야 할 중요한 연구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에게 한일전은 언제나 특별하다. 그래서 패하면 화가 날 수 있고, 팬들이 실망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분노만으로 농구는 발전하지 않는다. 29점 차 패배라는 숫자를 지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음 경기에서 이기는 것만이 아니다.
왜 29점 차이가 발생했는지를 찾아내고, 다시 같은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 선수들의 재능을 의심하지 않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재능을 현대 농구에 맞게 성장시키는 교육과 시스템이다. 우리는 일본을 어떻게 이길 것인가만 고민해서는 안 된다.
한국 농구는 어떤 선수를 길러낼 것인가. 어떤 농구를 할 것인가. 그리고 10년 뒤 어떤 농구로 세계와 경쟁할 것인가.
이번 한일전의 패배가 우리에게 던진 진짜 질문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찾았으면 이제 수정하고 보완하고 개선해야한다 하지만 그 실천이 현재 진행형이 아닌 멈춤이 더 많은 사람을 화나게 한다.

#사진 - 이형주 교수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