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선의 총성만이 전쟁의 전부는 아니다. 지난 2월 말 불붙은 미국·이란 전쟁은 이제 총칼보다 잔고와 유가로 겨루는 '버티기 싸움'으로 옮아간다. 한쪽은 봉쇄와 제재로 목을 조이고, 다른 한쪽은 닫아건 바닷길로 유가를 밀어 올린다. 먼저 무너지는 자가 지는 이 게임에서, 두 나라는 서로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전쟁의 최대 승부처로 호르무즈 해협을 지목한다. 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이 물길을 두고, 두 나라는 상대에게 먼저 물러서기를 강요한다. 군사 충돌이 잦아든 자리를 이제 경제 내구력 싸움이 대신 채운다.
워싱턴의 전략은 분명하다. 해상 봉쇄와 경제 제재로 테헤란을 협상 탁자로 끌어낸다는 것이다. 조만간 발표될 새 제재 카드도 예고돼 있다. 반면 이란은 해협을 잠근 채 치솟는 유가 자체를 무기로 삼는다. 물길이 막혀 있는 한 국제 유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세계 경제와 미국으로 향한다.
정작 살림이 무너지는 쪽은 이란 내부다. 보도에 따르면 하루 2,900만 리터에 이르는 휘발유 부족이 이어지고, 원유 수출은 사실상 멈춰 선다. 최대 수입원 하나가 통째로 잠긴 셈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상당한 세수 손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한다. 봉쇄로 수입 길이 막히자, 우회 항로에 기대는 탓에 물류비는 뛰고, 폭격에 부서진 공장은 가동을 멈춘 채 경기 위축을 더욱 깊게 한다.
결국 이 전쟁은 누가 먼저 눈을 깜빡이느냐의 문제로 좁혀진다. 이란은 다가오는 미국 중간선거를 겨냥해 유가로 트럼프를 압박하려 하고, 미국은 제재로 이란의 항복을 재촉한다. 전선과 시장, 두 곳에서 벌어지는 이 소모전의 끝을 아직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