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학기 전에는 저마다의 일상이었지만, 이제는 한 편의 시가 됐다.
윤보영 시인에게 배우고 쓰고 다시 고친 15명의 시간이 동인시집 《詩가 내 안에 꽃을 피웠다》로 세상에 나왔다.
건국대학교 미래지식교육원 시·글쓰기 전문교육과정에 참여한 15명의 시인이 동인시집 《詩가 내 안에 꽃을 피웠다》를 펴냈다. 참여자들은 지난 한 학기 동안 윤보영 시인에게 감성시 창작을 배우고, 작품마다 첨삭과 수정 과정을 거쳐 각자 10편씩을 완성했다.
책에는 김금윤, 김미자, 김봉수, 김인옥, 김제이, 남궁정원, 박설아, 심산, 이연정, 임향숙, 전준석, 정미숙, 조수호, 최인순(아), 최재화 등 15명의 감성시 150편이 실렸다. 윤보영 시인의 ‘인정’, ‘장미를 심은 이유’, ‘장미정원’, ‘장미꽃’, ‘가시 대신’ 등 초대시 5편도 함께 수록됐다.
시인들이 꺼내놓은 이야기는 서로 다르다. 부모와 부부, 자녀와 손녀, 친구와 오래된 인연이 시 안에 들어왔고 장미와 목련, 벚꽃, 커피, 우산, 볼펜, 형광등과 무전기처럼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는 사물도 작품이 됐다. 같은 교실에서 같은 시를 배웠지만 살아온 시간이 다른 만큼 시가 시작되는 자리도 제각각이다.
이번 동인시집에서 눈길을 끄는 참여자 가운데는 올해 80세가 되는 김인옥 시인과 최인순 시인이 있다. 두 사람 한 번도 결강없이 한 학기 동안 수업에 참여하며 시를 쓰고 첨삭을 받아 고치는 과정을 거쳐 각각 10편의 작품을 책에 실었다.
최인순 시인의 ‘나의 손에게’에는 60년 넘게 피아노 건반을 두드려 온 자신의 두 손이 등장한다. 밥을 짓고 청소하고, 휴대전화로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하며 긴 세월 피아노로 마음을 전해 온 손에게 고마움을 건넨 뒤 이제는 마음속 생각이 시가 되도록 글도 잘 써 달라고 부탁한다. ‘아버지와 자전거’에서는 어린 시절 자전거 뒤를 말없이 잡아주던 아버지를 떠올린다.
최 시인은 “피아노는 오랫동안 해왔지만 시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며 “여든에도 처음 배우는 것이 있고 그것 때문에 설렐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말을 이제는 내 경험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김인옥 시인의 ‘어버이날’에는 이름만 떠올려도 먹먹해지는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담겼다. 반면 ‘봄나들이’에서는 꽃 옆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에게 “꽃이 놀라요”라고 말을 건네며 웃음을 만든다. 여든의 삶에 쌓인 그리움과 사랑, 여전히 살아 있는 유쾌함이 한 권의 시집에서 함께 만난다.

김 시인에게 이번 출간은 혼자만의 기쁨으로 끝나지 않았다. 시집을 받아든 남편은 원고지 한 장에 직접 ‘김인옥 권사님의 첫 시집 출간을 축하하며’라는 제목을 달아 아내를 위한 글을 손으로 써 내려갔다.
남편은 글에서 오랜 시간 마음에 품어온 글과 시가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된 것을 “참으로 감사하고 감격스럽다”고 적었다. 이어 아내의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기쁨, 소망을 전하고 “지친 사람에게는 위로가 되고 힘든 사람에게는 소망이 되며”, 앞으로도 그의 삶과 글이 “오래도록 아름다운 향기로 남게” 해달라는 바람을 담았다. 가족의 사랑과 축하가 한 편의 기도처럼 원고지 가득 이어졌다.
김인옥 시인은 “내 이름으로 된 시가 책에 실렸다는 것만으로도 벅찼는데, 남편이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써준 축하 글을 읽는 순간 눈물이 났다”며 “평생을 함께 살아온 사람이 내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와 소망이 되기를 기도해 준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든이 됐다고 배울 것이 끝난 게 아니었다. 시를 배우면서 늘 보던 꽃과 사람, 평범했던 하루를 다시 바라보게 됐다”며 “남편의 바람처럼 앞으로 내가 쓰는 시 한 편이 누군가의 마음을 잠시라도 따뜻하게 해줄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 계속 배우고 쓰고 싶다”고 전했다.
두 시인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지만 이번 시집의 주인공은 함께 공부한 15명 모두다. 처음부터 시쓰기가 익숙했던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짧은 시로 옮기는 일이 낯선 사람도 있었다. 한 편을 쓰고 첨삭을 받고, 다시 읽고 고치는 시간이 쌓이면서 각자의 일상이 자신의 이름을 단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한 학기 동안 반 대표를 맡아 수강생들과 과정을 함께 이끌어 온 임향숙 시인은 그 변화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임 시인은 “처음에는 ‘내가 시를 쓸 수 있을까’ 하며 조심스럽게 시작한 분들도 있었다”며 “한 편을 쓰고 윤보영 시인의 첨삭을 받아 다시 고치고, 서로 작품을 읽어주다 보니 어느새 열다섯 명 모두 자기만의 시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도 직업도 살아온 길도 달랐지만 시 앞에서는 모두 같은 학생이었다”며 “특히 여든의 김인옥·최인순 시인이 끝까지 함께 공부하며 작품을 완성하는 모습을 보면서 배움에는 정말 정년이 없다는 걸 느꼈다. 한 학기 동안 함께 웃고 고민했던 시간이 한 권의 책으로 남아 더 뿌듯하다”고 전했다.
윤보영 시인은 축하 글에서 참여자들이 한 학기 동안 정성껏 써 온 작품을 모은 이번 동인시집에 대해 평범하게 지나칠 수 있는 하루가 시를 만나 특별해지고, 자신의 일상을 다시 바라본 시간이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됐다는 데 의미를 뒀다. 또 이번 동인시집 발간이 참여 시인들이 앞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개인 시집을 펴내는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했다.
서용순 이지출판 대표도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사랑과 그리움, 희망과 감사의 언어를 한 권에 담았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 시가 또 다른 사람의 마음을 만나 15개의 목소리가 한 권의 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詩가 내 안에 꽃을 피웠다》라는 제목은 이들이 보낸 한 학기의 시간을 그대로 닮았다. 시를 배우기 위해 모인 15명이 익숙했던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고, 그 안에서 발견한 이야기를 시로 옮겼다. 여든에 새롭게 시를 배운 사람도, 오랫동안 글과 강의를 해온 사람도 그 교실에서는 함께 배우고 고치는 학생이었다.
한 학기 동안 그렇게 피어난 시는 모두 150편. 꽃이 피는 때가 저마다 다르듯 시가 피어나는 데도 정해진 나이는 없었다.
《詩가 내 안에 꽃을 피웠다》는 이지출판에서 2026년 8월 10일 초판 1쇄로 발행됐다. 정가는 1만5000원이며 ISBN은 979-11-5555-297-1이다.
















